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blurt • 21 hours ago3월 예찬---양 광 모---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 곧 끝난다는 것 알지? 언제까지나 겨울이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 알지? 3월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기지개를 켜며 말하네 아직 꽃 피지는 않았지만 이제 곧 활짝 피어나리라는 것 믿지?hansangyou in blurt • 2 days ago3월의 연가---안 도 현--- 그 해 겨울 벌판 끝에서 불어오던 바람 혹시 기억하시는지 눈은 하늘을 다 끌고 내려와 땅에 이르고 무엇이든지 한번 흔들어 보고 싶어 그대의 눈망울 속에 쌓이던 바람을 아시는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들 사랑은 벌판으로 길이 되어 돌아가도 그대 그대 바람은 되지 마 혹시 아지랑이 봄날 내 이름 석 자…hansangyou in blurt • 3 days ago봄날햇살이 아주 따사로운데도 대추나무는 깨질 않네요. 하지만 미선이가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봄입니다. 행복한 한 주가 되시길...^^hansangyou in blurt • 4 days ago이별노래---정 호 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hansangyou in blurt • 5 days ago안개---이 정 호--- 나는 그 사람을 모릅니다 내일도 모레도 안개비에 가려진 그 눈빛 그 목소리 감춰진 속마음을 나는 모릅니다 두 손으로 턱을 고이고 앉아서 먼 산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왠지 슬퍼집니다 갑자기 쿵 가슴이 출렁입니다 왜 이럴까요 떠오르는 그 모습 쓸쓸해 보입니다 (문학바탕 3월호 중에서)hansangyou in blurt • 6 days ago외지면서 편안하고---조 창 환--- 달빛 없고 구름 없고 캄캄함도 없다 외지면서 편안하고 아프면서 누그러져 여기서 내 가죽부대 탈탈 털어내고 싶다 굴욕과 상처와 멍 자국들 가득 든 가죽부대 탈탈 털어내고 하얗게 말라가는 내 뼈를 보고 싶다. (문학바탕 3월호 중에서)hansangyou in blurt • 7 days ago허물어버린 집---문 충 성--- 허물어버린 집이 요즘 꿈속에 나타나 온다 할머니 어머니가 사셨다 돌아가시고 나서 허물어버리면 안 될 집을 허물어버렸다 그 할머니 어머니 꿈속에 없어도 그 집이 꿈속에 나타나 온다 대추나무 감나무 당유자나무 산수국 매화나무 후피향나무 동백나무 채송화 몇 그루 저 멀리 혀 빼고 헬레헬레 진돗개 진구가…hansangyou in blurt • 8 days ago그대 가까이---조 성 복--- 자꾸만 발꿈치를 들어보아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고 무슨 노래를 불러 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만나지 않았으니 헤어질 리 없고 헤어지지 않았어도 손 잡을 수 없으니 이렇게 기다림이 깊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늘어납니다hansangyou in blurt • 9 days ago밤바다에서---강 부 형--- 별빛 쏟아지는 부두에서 소리 없이 부딪히는 파도를 보며 밀려왔다 밀려오는 널 향한 그리움 밤바다에 서면 수많은 사람들과 손을 잡았지만 두 눈에 어른거리는 외로움 눈물 되어 별이 되었다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 장엄한 해질녘 아름다움은 너일 것이라고 그리움 달래었다 하루하루가 별빛 눈물 되어 눈부신 서러움으로…hansangyou in blurt • 10 days ago경강선---한 상 유--- 봄 든 줄... 암튼 성긴 눈발 다시 서 노는 아이들 뵈지 않는 유치원 마당이나 흐르는 강물 속 돌 틈, 아무 공간에 질척이더니 첫 번째 정차 역 광장으로 나서는 꽁지바람 어깨너머, 적잖이 사선으로 비끼며 몇 개 터널을 지나도록 기차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3월. 야트막한 구릉은 여간 우울할 참이다hansangyou in blurt • 11 days ago꽃은 달려가지 않는다---박 노 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hansangyou in blurt • 12 days ago머리에 쥐영월 마차초등학교 5학년 한승우 어린이의 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시 쓰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한 승 우--- 시를 쓰려고 생각을 하는데 계속 쥐가 머리에 있는 꼬리를 먹어서 고양이를 부른다 쥐는 도망가고 고양이가 꼬리를 쥐보다 많이 먹어서 나는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바보 멍충이가 되었다 멍을 때리면 쥐가…hansangyou in blurt • 13 days ago오만의 여신---김 고 니--- 위대한 태양도 하루밖에 못 사는데 나는 영원히 살 것처럼 울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 검은 불빛들이 깜빡인다 물고기들의 비명소리와 하루를 길어 올리는 어부들의 함성이 하나의 선으로 만나는 곳 나는 영원히 선이 되지 않을 것처럼 웃었다 모래와 물거품이 만나는 곳에 고요한 깨뜨림이 반복된다 물새들의…hansangyou in blurt • 14 days ago번지점프---한 상 유--- 아기 올빼미는 그 작은 날개를 퍼덕이는데도 어미가 부러 외면하는 건 철퍼덕, 처박힐 것 같은 두려움을 떨쳐야 밤의 숲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만 꼭 그래야만 하는 새도 아닌 넌, 무섭고 두렵다면서 어쩌자고 죽을 용기를 냈던고... 호기심 어린 눈길 속으로, 퍼덕일 날개도 없이 아- 아- 아- 아-…hansangyou in blurt • 15 days ago비의 명상---서 정 윤--- 하늘은 가난한 자들의 꿈으로 잔뜩 흐린 우리들의 하늘은 나무가 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해서 쓸쓸한 인생을 한 줄의 언어로 남기기에는 우울하다 빈 웃음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가슴으로 지키고 있는 미처 깨닫지 못하던 나의 삶 빗속에 홀로 선 나무만큼도 자유롭지 못한 꿈이 가난한 우리들에게 비는 그냥 비일 뿐…hansangyou in blurt • 16 days ago갈 데 없이...---정 현 종---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닷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든지, 아주 추운 데로 가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든지, 사람이 따듯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비치고 있다든지, 해지는 쪽으로 가서 황혼에 녹아 붉은빛을 내고 있다든지 그 모양이 다 갈 데 없이 아름답습니다hansangyou in blurt • 17 days ago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강 은 교---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나부끼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 위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 위 반짝이는 소리…hansangyou in blurt • 18 days ago인동차---정 지 용--- 노주인의 장벽에 무시로 인동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에 책력도 없이 삼동이 하이얗다.hansangyou in blurt • 19 days ago아무도 모르라고보티첼리 '봄' ---김 동 환---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록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얼굴에 닿는 햇살이 따스한 주말 오후입니다. 행복하시길...^^hansangyou in blurt • 20 days ago돌아오는 길---박 두 진---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 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한참을 걸어오다 뒤돌아봐도 그때까지 혼자서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