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jjy in blurt • 7 hours ago꽃 이야기우리 동네 유일하게 피는 꽃 실유카가 탐스럽게 핀다. 몇 해를 두고 지나가면서 훔쳐보기만 했다. 대문 밑으로 포식자의 울음소리와 야성이 번득이는 사나운 눈빛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느날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실유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멀리서 바라만 볼 뿐...jjy in blurt • yesterday실수어제는 현충일이었습니다. 조국 수호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고귀한 영혼들 그 분들을 기억하는 의미로 단톡방에 시낭송 작품을 공유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왔습니다. 제가 좋아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리라는 생각이 얼마나 유아적이라는 것을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현중일의 의미를 새기자는 뜻이었는데…jjy in blurt • 2 days ago함께 읽는 시오늘은 제68회 현충일입니다. 조국의 제단에 바친 고귀한 영을 기억합니다.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포옴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jjy in blurt • 3 days ago꽃 이야기제철이 오기까지 기다리기가 너무 지루했을까 초여름인데 곳곳에서 심심치않게 달맞이꽃이 보인다. 가끔 이래도 되는 건가 하다가도 사람도 멋대로 사는데 꽃이라고 제자리를 지키라고 하는 게 억지라는 생각이든다. 하기야 그것도 다 사람의 농간인데...jjy in blurt • 4 days ago욕심오늘은 아침 운동을 하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 휴일이라 스포츠 센터가 휴관이기도 하고 체육공원이나 제방길을 걸으며 운동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랜만에 음악을 듣고 싶었다.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기도 하고 좋아하는 성악가의 노래를 감상하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편하게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배경음악을…jjy in blurt • 5 days ago함께 읽는 시어린 새모래덩굴이 파랗게 닦아놓은 하늘로 손을 뻗는다 조금만 조금만 더 발가락에 힘을 주고 발꿈치를 든다 킥킥, 풋내 가득한 바람이 하필, 겨드랑이로 지나갔다 고요를 시청하다 / 고재종 초록으로 쓸어 놓은 마당을 낳은 고요는 새암가에 뭉실뭉실 수국송이로 부푼다 날아갈 것 같은 감나무를 누르고 앉은 동박새가 딱 한 번…jjy in blurt • 6 days ago꽃 이야기패랭이꽃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늘을 본다 옛날에는 산소옆에 마라던 꽃이 지금은 길에서도 자주 보인다jjy in blurt • 7 days ago저녁에도 좋은 아침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연락을 주고 받는 적이 없는 언니가 카톡을 보냈다. 다 저녁에 좋은 아침이라며... 그래도 좋다. 나이들어 보내는 카톡 한 번 고맙다는 한 마디가 이렇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jjy in blurt • 8 days ago함께 읽는 시쌀가마가 집으로 들어오던 날 엄마는 제일 먼저 들어온 쌀가마를 풀고 손을 넣고 쌀알을 쓰다듬었다 나도 따라서 쌀속에 손을 넣어본다 뽀얀 실결이 아직 따뜻했다 이 쌀로 메를 짓고 떡을 해 제사를 차리면 조상님들 계신 선산까지 따뜻하다는 목소리가 싸리나무 이파리처럼 반짝거린다 체온 / 조창환 새 날아간 그늘 따뜻하다 멀구슬나무…jjy in blurt • 9 days ago꽃 이야기아름다움도 죄가 될까? 아름다움이 유죄라면 꽃들은 평생 감옥을 벗어날 길이 없다. 철망안에 갇힌 빨간 장미가 애절한 눈으로 밖을 보고 있다. 하루를 살아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jjy in blurt • 10 days ago술래잡기스마트폰이 몇 번이나 울려도 들리지 않았다. 바쁜 일이 끝나고 보니 부재중 전화에 친구의 이름이 서운한 듯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전화를 하니 이번에는 친구가 못 받는다. 또 친구의 전화를 못 받고 그렇게 하기를 몇 차례 반복 되며 지나갔다. 옛날 멜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름드리 나무를 사이에 두고 젊은 연인들이 얼굴을…jjy in blurt • 11 days ago함께 읽는 시사글세 방으로 끌고 다니던 비키니 옷장이 위아랫니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커다란 옷핀에 찔리며 입을 다물었다 손잡이가 덜렁거리는 오단서랍장을 한 칸씩 딛고 올라가던 늦둥이가 서랍장 위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끝으로 꿈에도 부럽던 전셋방으로 이사하기로 한 날 생일 보다 더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그 빨간 동그라미가 세상의…jjy in blurt • 12 days ago꽃 이야기흐린 하늘아래도 꽃은 핀다 길 건너 상가 공터에 피는 작약이 부처님 오신 날을 기다리며 활짝 피었다. 꽃 같은 미소 꽃 향기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jjy in blurt • 13 days ago부끄럽던 새벽밤에 잠을 설치고 새벽에 마당을 서성이다 집을 나섰다. 가로등만 혼자 있는 길은 지나는 차 한 대 보이지 않고 꽃집 앞에 꽃들만 무섭지 않은 척하며 빈 집을 지키고 있다. 감자꽃이 핀 길을 지나면서 하얀 새의 날갯짓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 색색의 연등이 흔들린다. 텅 빈 공원을 몇 바퀴 돌자 파크골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서로 인사를…jjy in blurt • 15 days ago함께 읽는 시봄이 오기까지 앞을 가로막는 눈보라를 뚫고 얼어붙은 길 위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월이 오기까지 달이 기울고 차오르기를 해안선이 사막을 걷는 낙타 등처럼 휘어지도록 달은 어둠속에서 바닷물을 밀어내고 끌어당겨야했다 볕살을 맞은 개동백이 깨어나고 개밥바라기별만 바라보던 개별꽃이 눈을 뜨고 백목련이 촛불을 밝히자…jjy in blurt • 15 days ago꽃 이야기노란 장미들이 담에 올라타고 바깥 구경을 하자 빨간 장미도 끼어들어 아등바등 턱걸이를 하고 있다. 계절의 여왕 오월에 꽃의 여왕 장미의 향연이 펼쳐진다.jjy in blurt • 16 days ago빈 집장미가 담장을 넘어오는 집 집 안팎이 꽃으로 가득하던 집 꽃으로 밥을 지어 조가비로 상을 차려 소꿉을 노는 아이들 또랑 또랑한 눈망울과 머리에 꽃을 꽂고 고무줄 놀이를 하던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넝쿨장미처럼 담장을 탁고 오르던 집 부축을 받은 어르신이 자박자박 햇빛 내려오는 길을 따라 주간보호센터 차를 타고 떠나면 하루종일 활짝핀…jjy in blurt • 17 days ago함께 읽는 시봄볕에 반짝이는 연두가 입하를 지나면서부터 눈을 내리뜨고 제 발등만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겨 살더니 어느 아침 초록으로 훌쩍 성숙했다 손바닥만한 갈잎으로 머리에 왕관을 만들어쓰고 삘기를 한 주먹씩 꺾어들고 수근거릴 때마다 누릇누릇 여무는 보리밭길을 개구리처럼 왁자지껄 하게 뛰어다니던 날 하나 같이 입가가 시커먼 고만고만한…jjy in blurt • 18 days ago꽃 이야기친정집 뒤꼍에서 촛불처럼 피던 노란 붓꽃 꽃 이름을 모를 때는 몽우리 적에는 촛불꽃 활짝 피면 무턱대고 난초라고 불렀다. 나중에는 창포꽃이 하얗게 피는 것을 보고 노랑 창포꽃이라고 불렀는데 맨 나중에 가서야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주었다.jjy in blurt • 19 days ago주어지는 대로오랜만에 하이힐을 신었다. 행사에 참여할 일이 있어 잠깐 신었는데 발가락을 조인다. 그렇다고 10cm 정도 킬힐을 신은 것도 아닌데 잠시였지만 불편하고 힘들다. 종종걸음으로 행사장을 빠져나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구두를 벗고 평소에 안 하는 귀걸이며 목걸이를 빼놓고 옷을 갈아입는다. 살 거 같다. 예전엔 어떻게 그렇게 입고 신고 살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