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현상>
---정 재 황---
늘 푸를 것만 같았던 나무
늙어 가며 삭정이로 변하듯
내 몸도 하나하나 삭정이처럼 되어 간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더니
기억은 새처럼 달아난다
바랜 영화필름처럼
비문증이라는 날파리 어른거리고
가끔은 뼈다귀 먹다 목에 걸려
볼썽사나운 짓도 한다
속 빈 나무처럼 불러오는 배는
오리 흉내라도 내려는 듯
뒤뚱거려지는 걸음 따로 마음 따로
시기 질투는 아니어도
서운한 게 많아지면 늙었다는 징표라는데
이 말도 저 말도 서운하니 늙기는 늙었나 보다
이런 글까지 쓰는 거 보니...
(연인 가을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