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치 하나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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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까지 강의를 했는데, 평소와는 달리 좀 많이 힘든 강의였습니다. 수강생들이 저의 안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쉬는 시간도 아닌데 자리를 비우고, 워크숍 과제 도출에도 협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잘 따라오는 팀도 있었지만, 몇몇 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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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강의가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더 어려운 경우가 있었군요.

재작년에 고용유지를 위한 교육과정에 강사로 참석했습니다. 고용유지교육이란 회사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져 인원을 퇴직시켜야 할 때, 정부에서 지급하는 비용으로 해당 인원을 퇴직시키지 않고 교육을 시키는 교육과정입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몇 개월씩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강의 요청을 받을 때 담당자로부터 강의상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들었습니다. 강의실 환경도 좋지 않고, 참석자분들의 강의에 대한 참여 의지도 없다고요. 충분히 설명을 들었음에도 직접 맞닥드린 환경은 정말 열악했습니다.

현장에서 움직이면서 일을 하는 분들을 작은 강의장에 빼곡히 몰아놓고 하는 강의라 환경도 좋지 않았습니다. 강의환경만큼 그 분들의 강의에 대한 의지도 없었습니다. 하루 8시간 강의를 하는 동안 제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주는 분들은 겨우 두세 분 정도 였습니다. 어떤 강사분은 첫날 강의를 하고 더 이상 못하겠다고 취소를 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약속한 일정대로 강의를 마쳤습니다.

참가자들이 영상을 좋아하기에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상을 찾기 위해 유튜브를 얼마나 뒤졌는지 모릅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트롯트 음악 동영상도 엄청나게 봤습니다. 한 번은 준비했던 강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강의 시간 대부분을 요청 동영상과 음악 영상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날은 집에 돌아오면서 '내가 왜 강의를 하고 있는가?'하는 물음을 계속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곳에서 강의를 끝까지 한 이유를 나름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한 번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런 과정에 참여할 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의료가 높지 않은데, 강의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이 과정을 넘기지 못하면 앞으로 강의를 할 때마다 두려움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그 과정이 결국은 제가 극복하고 넘겨야 하는 과정이었던 거죠. 덕분에 이제는 어지간한 강의자리에 가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말빨도 좀 생겼습니다. 든든한 맷집이 생긴거죠.

몇몇 교육생때문에 힘들었던 오늘의 강의가 예전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니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그래, 그런 강의도 했는데.. 오늘은 정말 양호하네. 오늘 수고했다."

경험이 이렇게 하나씩 쌓여서 역량이 되고 능력이 됩니다. 오늘도 능력치 하나 획득했습니다.

혹시, 오늘 무언가 힘든 것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능력치 하나가 올라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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