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을 설치고 새벽에 마당을 서성이다 집을 나섰다.
가로등만 혼자 있는 길은 지나는 차 한 대 보이지 않고
꽃집 앞에 꽃들만 무섭지 않은 척하며 빈 집을 지키고 있다.
감자꽃이 핀 길을 지나면서 하얀 새의 날갯짓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 색색의 연등이 흔들린다. 텅 빈 공원을 몇
바퀴 돌자 파크골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서로 인사를 하며 삼삼 오오 어울려 공을 치는 소리가
경쾌하다. 나이 들어 하는 운동 중에 파크골프가 제일이라고
하는 지인은 빨리 나와 같이 하자고 한다.
실개천을 지나고 있는데 강아지를 끌고 가는 여자가 이상하게
뭉그적 거린다. 그냥 지나쳐 가다 돌아보니 발로 개똥을 밀어
벤치 밑으로 숨기고 있다.
내가 쳐다보니 오늘은 배변 봉지를 못 챙겨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데 지난 번에도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고 하니 절대
아니라고 정색을 한다.
무슨 일을 할 때 누가 보든 안 보든 거리낌이 없어야 하는데
남이 보면 멀쩡한 사람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너무나 쉽게
양심을 저버리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
민주 국가를 바라기 전에 민주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정신은
어디로 갔을까, 곱게 피어있는 꽃들에게 부끄러운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