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새가 구성지게 운다.
구구새의 울음소리는 무척이나 먼 곳에 소 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멀리서 우는 거 같은데 실은 매우 가까운 곳에서 운다.
우는 소리가 엄청 멀리서 울어 울려 퍼져서 오는 느낌이나 전혀 그렇지 않다.
가까이서 울어도 아주 멀리 있는 느낌이 들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거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그 정도 멀리. 골너머에서 우는 구구새가 있다면 그건 안 들릴 것이다.
전철 늘 타고 가서 약속장소까지 30여분 걸을까 했다.
그러면 왕복 한 시간은 걸을 수 있다.
그런데 발 앞에서 놓쳤다.
그냥 무조건 승강장으로 올라갔으면 되는데 시간을 확인한다고 하다 놓쳤다.
할 수 없이 자동차로 와서 보니 약속시간보다 한참 일찍 왔다.
그래서 시원한 그늘에 아래 의자에서 쉬고 있는데 구구새가 구성지게 울어준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없다.
어떻게 된 건가 전화를 해보니 11시라 한다.
이른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 왔는데 이게 뭐람
참 어이없다, 어이없어...
이래저래 분주함 속에서 여유를 찾게 됐다.
마음을 차분하게 앉히고 생각을 정리하자.
오늘 오후에는 서울로 강연도 들으러 가야 한다.
기대가 되는 강연이 있어 신청했는데 그게 오늘 저녁 7시다.
아침에 부산을 떨었으니
저녁에는 서울이라도 가야 하는 게 맞지 싶은데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어 혼자 그냥 피식 웃는다.
어쨌거나 웃었다.
웃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