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올스톱이 된다면?

in kr •  last year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간이 생기면 말이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럴 건데, 시간이 너무 없네."

그러면서 바쁜 생활 속으로 다시 다이빙을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입에 발린 말이 '시간이 생긴다면…' 입니다. 그런데 아시죠? 바쁜 사람은 시간이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하늘의 도움인지 제게 그런 시간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저는 시골에서 살고 싶습니다. 귀농은 바라지도 않고 귀촌 정도가 맞을 겁니다. 바로 그런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들을 만나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고속도로 터널에서 6중추돌 사고가 났습니다. 제 차는 세 번째였고, 네 번째 차와 여섯 번째 차가 추돌을 해서 두 번이나 추돌을 당했습니다. 고속도로가 조금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다행이지 100km의 고속으로 달리고 있었다면 정말로 큰 화를 당했을 겁니다. 앞 차와 뒷 차 사이에 낀 제 차는 이번 사고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10년을 넘게 저와 함께 한 애마를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나 보냈습니다.

제 뒤에서 추돌을 한 차는 운전을 하는 동안 제 차 꽁무니를 바싹 따라왔습니다. 몇 번이나 피했지만 결국 제 차를 뒤에서 박았습니다. 방어운전을 한다고 했는데도 정해진 운명이었는지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고로 10일 정도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 제 외부 일정은 완전 올스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온라인과정 한 두가지만 진행을 했습니다. 병실에서 꼼짝없이 지내는 기간,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바쁘게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병실에 묶여있었으니까요. 말로만 '시간이 생기면'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으니까요.

입원하고 나흘 정도는 사고로 정신이 없었기도 했지만 제가 꼭 해야 하는 몇 가지 일을 해야했기에 더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며칠이 지난 후에는 정말 멍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편에게 부탁해서 가져온 책을 읽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기도 했습니다.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고 좋은 시간이었는데 제게 더 좋았던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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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로부터 입수된 Ivana Divišová님의 이미지 입니다.

바쁜 생활 중에도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다르게 살아야 하는데'하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을 조금도 진전시킬 수 없었습니다. 생각이 조금 깊어지나 싶으면 다른 일이 방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런 멈춤이 제게 떡 하니 주어진 겁니다. 이렇게 완전 멈춤 상태가 되니 정말로 깊이 있게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소로우가 왜 월든 호수에서 칩거를 했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면 좀 너무 많이 간 것인가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잘 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 생각을 하는 동안 몇가지 정리가 되기도 하고, 방향이 정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생각만 했던 것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우선 일을 어떤 방향으로 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앞으로는 타인 주도가 아닌 제 자신이 주도하는 일을 좀 더 많이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면 이제는 감나무를 키우든 감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따든 다른 방법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또 한가지는 잘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증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잘 하고 싶은 건 글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겁니다. 결국 책쓰기인데, 그것을 잘 하고 싶지만 실제로 시간은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좀더 그 부분에 시간을 더 많이 쓸 겁니다.

어떤 주제가 적당할지 생각을 해보니 결론은 리더들이 조직에서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주는 것이더군요. 그 방법이 강의든 코칭이든, 컨설팅이든 간에요. 쓰고 싶은 책 주제가 정해지니 목차는 하룻밤 만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병실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한지 며칠되지 않았는데 벌서 A4 30페이지가 넘었습니다. 역시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면 진도가 빨리 나갑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일어난 일이라면 어떤 부분이 다행스러운 지 살펴보는 게 신상에 더 이롭습니다. 제게 다행스러운 것은 책 목차가 나왔고, 일의 방향이 조금더 명쾌해졌고, 덕분에 건강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갑작스런 멈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주는 것같습니다.

혹시 이런 멈춤의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혹시 어떤 것을 할 것 같습니까? 물론 저처럼 사고로 인한 것은 안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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